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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 설계,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 뉴스레터
  • 2026.03.10

대법원은 2026년 2월 26일, 골프코스 설계업체들이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용 영상 제작 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침해금지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에 관한 원심의 법리 적용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기는 하였지만, 설계업체의 저작권 침해 주장이 인용되거나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환송심에서는 창작성 판단을 비롯하여 저작물의 유형, 복제 해당 여부 등 다수의 핵심 쟁점이 여전히 가려져야 하는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판결의 정확한 의미와 환송심에 남겨진 과제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안 배경 및 쟁점

2. 원심의 판단

3. 대법원의 판단

4. 환송심에서 다뤄질 쟁점들

5. 시사점


 

1. 사안 배경 및 쟁점

 

원고들은 골프장 소유주와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골프코스 설계를 완료한 설계업체들입니다. 피고는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한 후 각 골프코스를 재현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용 영상을 제작·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저작권은 원고들에게 있는데, 피고가 이를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사용하여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작함으로써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침해행위 정지·폐기 및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가 저작권법상 창작성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에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지 않아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배척하였습니다. 원심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들은 창작성을 주장하면서도 기능적 요소가 제외된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였다.

 

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과 홀들의 배치는 산악 지형 및 부지의 형상에 의한 제약이 크고, 이용객의 편의성·안전성 등 기능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 등은 다른 골프코스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에 불과하다.

 

개별 홀들은 골프 규칙·규격 및 국제 기준의 제약 하에 기능적 목적(난이도·재미·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홀들 사이에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자연물 조경 등 자연적 요소는 미적 형상으로서의 창작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시 적용되는 기능적·실용적 제약{골프 규칙, 조성 부지의 지형, 미국 골프협회(USGA)의 잔디 관리 가이드라인 등}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골프 규칙, 부지의 지형, USGA 가이드라인 등 기능적·실용적 제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설계자는 그러한 제약 속에서도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함으로써 다른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 기능적 제약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골프코스의 구성요소들은 이용객이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인공적인 조경이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골프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되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원고들은 제1심과 원심 변론 과정에서 이미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을 통해 나타난 전체적인 형상”을 창작성 있는 표현으로 특정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단순한 모방이거나 누구라도 동일·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각 골프코스는 기존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단정하지 않고 "볼 여지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법원이 각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 유무를 확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환송 법원에 판단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4. 환송심에서 다뤄질 쟁점들

 

대법원 판결에 취지에 따라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은 아래 쟁점들을 차례대로 심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 유무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골프코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기능적 제약을 넘어 창조적 개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 심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 결과 창작성이 부정되고 원고들의 청구가 재차 기각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나. 스크린골프 영상 제작이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피고의 3D 영상 제작행위가 구체적으로 저작재산권(복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심리 및 판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 골프장 소유주 동의가 면책사유가 되는지 여부

 

피고는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하고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에 관한 저작권이 설계자에게 귀속되는 경우라도, 골프장 소유주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가 추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5. 시사점

 

이번 판결은 기능적·실용적 제약이 존재하는 설계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저작권 보호 가능성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와 같이 기능적 목적과 규격, 지형적 제약이 강하게 작용하는 대상이라 하더라도, 구성요소의 선택·배치·조합을 통해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이 나타날 수 있다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건축물, 조경, 인테리어, 도시설계 등과 같이 기능성과 미적 요소가 결합된 설계 분야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곧바로 설계업체 측의 권리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골프코스(또는 그 설계도면)에 창작성이 있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원심이 창작성 판단에 필요한 법리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적용하였다고 보아 다시 심리·판단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환송한 것에 가깝습니다. 대법원 역시 해당 골프코스들이 기존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단정하지 않고, 그러한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환송심 법원에 상당한 판단 여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향후 설계 결과물의 저작물 유형과 보호 범위에 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골프코스 설계도면은 건축저작물과 도형저작물 모두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 저작물의 유형에 따라 저작물 이용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크린골프,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공간 재현과 같은 3D 시뮬레이션 서비스와 관련하여, 현실 공간의 설계 결과물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번 판결은 설계 결과물의 저작권 보호 가능성을 넓게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권리자 측이 실제 침해책임까지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입증 부담을 부담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줍니다. 특히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시뮬레이션, 가상훈련 콘텐츠처럼 현실 공간이나 구조물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산업에서는, 대상 설계물의 창작성과 보호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그리고 디지털 재현이 법적으로 어떤 이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설계저작물 보호 확대의 신호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 디지털 구현 사업자에게도 여전히 충분한 방어 논리가 열려 있는 판결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기능적 저작물의 보호 가능성과 디지털 재현 기술과의 관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환송심 판단과 향후 관련 판례의 축적에 따라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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