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 분할합병(이하 “합병 등”) 시 적용되는 가액 산정 기준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2026. 8. 20.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개정안은 종래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 기준시가 산식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주권상장법인이 당사자가 되는 합병 등 거래에 관하여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한 가액’을 적용하도록 하였습니다. 개정안이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로 공포되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1. 개정 배경
2. 개정안의 주요 내용
3. 공포 후 시행일 및 적용 시기
4. 기업의 대응방안 및 시사점
1. 개정 배경
가. 현행 자본시장법상 합병 관련 주요 규제 내용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주권상장법인이 그 계열회사와 합병하는 경우 상장회사(및 상장 계열회사) 합병가액은 원칙적으로 자본시장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산술평균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할증 또는 할인하여 정하고(이하 “기준시가 산정방식”), 비상장 계열회사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정하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165조의4 제1항, 동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 그리고 주권상장법인의 비계열회사(상장 여부 불문)와의 합병은 기준시가 산정방식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여 자율적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 경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 제8항 제3호).
즉, 주권상장법인이 (i) ‘계열회사’와 합병하는 경우에는 합병 당사자인 상장법인은 원칙적으로 기준시가 산정방식에 의해야 하나, (ii) ‘비계열회사’와 합병하는 경우에는 기준시가 산정방식에 의할 의무가 없었습니다.
또한, 현행 법령은 계열회사 간 합병과 비계열회사와의 합병을 구분하여, 주권상장법인이 (i) ‘비계열회사’(상장 여부 불문)와 합병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외부평가를 받도록 하고, (ii) ‘계열회사’와 합병하는 경우에도 기준시가 산정방식을 적용할 수 없거나 합병을 통해 상장법인이 비상장법인으로 변경되는 등 외부평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8항).
나. 문제점
현행 법령에서 정한 기준시가 산정방식은 합병가액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나, 주가만으로는 합병 시너지 등 무형의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시장에서는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하거나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2024. 11. 26.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규정은 주권상장법인이 비계열회사와 합병하는 경우 기준시가 산정방식의 적용을 배제하고 외부평가를 받도록 하였으나, 계열회사 간 합병에는 여전히 종래의 기준시가 산정방식이 유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24. 12. 2.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고, 시가 기준의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공정가액 기준으로 변경하고, 합병 등 조직개편행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적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국정과제로 지정되었으며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계열회사 간 합병에까지 공정가액 산정 방식을 확대 적용하고, 합병 관련 평가 및 공시 의무의 근거를 법률로 정하였습니다.
2.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등 가액 산정 방법
개정안은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등에 있어서 가액 산정 시, 계열회사 여부를 불문하고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 습니다(개정안 제165조의4 제1항). 다만, 합병 등의 요건·방법 등의 기준, 공시의 내용 및 방법, 외부평가기관의 범위, 평가 업무 제한의 방법 등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되므로(개정안 제165조의4 제7항) 추후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나. 이사회 의견서 작성 및 공시 의무
주권상장법인의 이사회는 합병 등을 결의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합병 등의 목적 및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하여 공시하여야 합니다(개정안 제165조의4 제2항). 현재는 이사회 의견서 작성 의무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6항 및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2-9조 제2항 제14호에 근거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법률에 직접 그 근거를 두게 되었습니다. 개정안에 의하면, 이사회 의견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이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원회의 조치 대상이 됩니다(개정안 제165조의18 제3호의2).
다. 외부평가 결과 공시 의무
현행 법령은 주권상장법인이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합병 등의 가액’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자본시장법 제165조의4 제2항), 개정안은 ‘합병 등’에 관하여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고 그 평가 결과를 공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외부평가의 범위를 보완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공시까지 의무화하였습니다(개정안 제165조의4 제3항). 위 의무를 위반해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지 않을 경우 금융위원회의 조치 대상이 됩니다(개정안 제165조의18 제4호).
라. 계열회사 간 합병 등에 대한 특칙
계열회사 관계에 있는 주권상장법인 간 또는 주권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 등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칙이 적용됩니다.
첫째, 현행 법령은 외부평가기관의 선정에 대해 감사의 동의 또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0항), 개정안은 계열회사와 합병 등을 하는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외부평가기관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직접 선정하도록 하였습니다(개정안 제165조의4 제4항). 이로써 외부평가의 독립성 및 객관성이 강화되었고, 외부평가기관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아닌 자가 선정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조치 대상이 됩니다(개정안 제165조의18 제4호의2).
둘째, 계열회사 간 합병 등을 하는 주권상장법인은 그 특수관계인(「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따른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간의 이해관계를 공시하여야 합니다(개정안 제165조의4 제6항). 이를 통해 주주는 위 공시를 통해 합병의 타당성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고, 주권상장법인이 위 공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조치 대상이 됩니다(개정안 제165조의18 제4호의3).
마. 주식매수청구권 매수가격 산정 방식 변경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하여, 회사와 주주 간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의 매수가격도, ‘이사회 결의일 이전의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시행령이 정한 방법에 따라 산정된 금액’에서 ‘이사회가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한 금액’으로 변경됩니다(개정안 제165조의5 제3항 단서).
3. 공포 후 시행일 및 적용 시기
개정안이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로 공포되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고(개정안 부칙 제1조), 합병 등에 관한 제165조의4의 개정규정과 주식매수청구권 관련 제165조의5 제3항의 개정규정은 모두 시행 이후 합병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개정안 부칙 제2조, 제3조).
4. 기업의 대응방안 및 시사점
‘공정한 가액’이라는 추상적 기준의 도입으로 합병 등의 조직개편 시 공정가액 산정을 둘러싼 분쟁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합병가액 자체의 적정성뿐 아니라 평가기관의 독립성 및 절차적 투명성까지 분쟁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합병가액 산정 시 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이사들이 총주주의 이익 보호 및 전체 주주의 공평대우 관점에서 주주충실의무를 다했는지에 관한 법적 다툼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은 분쟁 발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평가 방법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한 가액 산정의 합리성 및 객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 자료를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아울러, 계열회사 간 합병 등을 계획 중인 주권상장법인은 특수관계인 이해관계 공시를 대비해 기업의 지분 구조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등을 둘러싼 개정안은 단순한 절차적 변화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기업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가액 산정을 둘러싼 분쟁 증가와 회계법인 등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인해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고, 공정가액 산정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평가 요소가 반영되면 합병 절차가 복잡해지고 일정도 지연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 등을 계획하고 있는 주권상장법인은 향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동향까지 살피어 합병 추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 전문가와의 협업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개정에서는 개별 발의안에 포함되었던 (i) 합병 등의 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되어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해당 법인과 이사·감사 등이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 및 그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내용, (ii) 공정가액이 순자산가치에 미달할 시 순자산가치를 공정가액으로 보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추후 위 사항에 관한 논의가 재개될 수 있으므로, 추가 입법 동향 역시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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