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화우

게임 음원 '매절' 계약, 저작재산권 양도로 볼 수 없다

  • 뉴스레터
  • 2026.03.03

“게임 음원 시장에서 관행처럼 통용되어 온 '매절' 계약이 과연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하는가.” 대법원은 2026년 1월, 원심과 정면으로 다른 결론을 내리며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이상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다시 한 번 밝히면서, ‘매절’이라는 용어가 곧바로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콘텐츠 제작 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기업과 창작자에게 계약서 작성의 방식과 수준을 재점검하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입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매절’계약과 저작재산권 양도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과 해당 판결이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배경

2.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비교

3. 게임업계에서의 매절 관행

4. 대법원 판시의 핵심

5. 실무 시사점

6. 게임 음원 계약의 실무 체크리스트

7. 결론


 

1. 배경

 

원고(음악 창작자)는 2011년 7월 게임회사 A와 계약을 맺고, A의 리듬 게임에 사용할 음원을 제작·공급하였습니다. 대가는 기본 제공 음원 한 곡당 150만 원으로 정해졌고, 원고는 해당 음원을 한국음악저작권협에 등록하지 않을 의무와 경쟁사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A사가 파산하고, 피고 주식회사 B가 관련 사업과 음원 이용 권한을 승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주식회사 B가 자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취하였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가장 주요한 법적 쟁점은 “음원공급계약은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가, 아니면 '저작재산권 이용허락계약'인가”였습니다.


 

2.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비교

 

원심과 대법원은 동일한 계약서를 놓고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원심의 논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계약을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계약서상 "저작권"의 정의(저작권법에 의한 원천적 권리)는 저작권법 제10조의 개념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계약 제5조의 "저작권을 제외"라는 문언이 곧바로 저작재산권을 원고에게 귀속시킨다고 볼 수 없음

'매절'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양수하는 형태를 의미하므로, 이를 통해 "일체의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이전된 이상 이는 저작재산권 양도에 해당

협회 미등록 의무와 사용 종기의 미설정은 영구적 권리 이전을 시사

계약 제5조의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 조항은 양도 불가능한 저작인격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원고에게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취지일 뿐,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보더라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일탈하지 않음

 

대법원의 논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구조를 반박하여 다른 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계약서에는 A가 원고로부터 이전받는 권리 중 "저작권"을 명시적으로 제외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저작재산권 양도에 관한 별도 규정도 없음(저작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된 증거도 없음)

계약서의 "저작권" 개념이 저작권법 제10조의 정의와 달리 해석될 이유가 없음

'매절'은 출판 계약에서 발행 부수와 무관하게 대가를 일시불로 지급받고 인세를 배제하는 대가 지급 방식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이 계약에서 매절이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음

A가 반드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야만 계약 목적(리듬 게임 음원 사용)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협회 미등록 의무와 종기 미설정은 A의 독점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임

 

 

3. 게임업계에서의 매절 관행

 

이번 판결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에서 '매절'이 어떤 맥락으로 활용되어 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은 캐릭터 아트, 배경 일러스트,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수많은 외주 창작물이 결합된 종합 저작물입니다. 게임사로서는 글로벌 퍼블리싱, 2차적 저작물 제작, IP 확장(웹툰·애니·굿즈 등) 등 다양한 사업화를 위해 개별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통합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외주 단계에서 대가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관련 권리를 포괄적으로 양수하는 '매절' 구조가 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분야에 따라 그 양상은 다소 다릅니다. 캐릭터 아트나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일시금 지급 + 저작재산권 일괄 양도"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착되어 있는 반면, 이 사건과 같은 BGM·사운드 분야에서는 게임 내 삽입권, OST 발매권, 공연권, 해외 배급권 등 권리를 분리하여 설계하는 사례도 많아, 업계 내에서도 '완전 매절'이 일관되게 적용되어 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형 IP 게임을 중심으로 로열티 또는 별도 계약을 병행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완전 매절 구조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러한 업계 현실에 비추어 보면, '매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한다는 인식이 업계 내에서도 항상 공유되어 온 것은 아니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은 실무적 혼란에 법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4. 대법원 판시의 핵심

 

위와 같은 게임업계에서의 매절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법리는 두 가지입니다

 

저작자 보호 추정의 원칙

 

"저작권에 관한 계약을 해석할 때 그것이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저작재산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하였으면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하여야 한다.”

 

이 원칙은 계약 문언이 불명확할 경우 저작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저작재산권을 양수하려는 측에서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양도 의사가 계약서에 명확히, 외부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석의 종합적 기준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해당 여부는 계약 문언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대법원은 "계약 목적 달성에 저작재산권 양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논거 중 하나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실무상 이용허락 계약만으로도 충분한 사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음을 시사합니다.

 

 

5. 실무 시사점

 

가.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양도"를 반드시 명문화

 

이번 판결이 제시하는 핵심 실무적 시사점은 저작재산권의 양수를 주장하는 자가 저작권의 저작재산권 양도 의사가 계약서에 명확히 외부적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하는 만큼, 재산권을 양수하려는 당사자로서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저작재산권 양도 의사를 계약서에 명시적·외부적으로 분명히 표현해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콘텐츠(도급) 표준계약서’는 저작재산권의 양도 여부를 '양도함 / 양도하지 않음 / 추후 협의함'으로 체크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표준계약서의 구조에서 알 수 있듯, 저작재산권의 귀속은 계약 당사자 간의 실질적 협의를 거쳐 계약서에 분명히 기재되어야 합니다. "영리활동에 필요한 모든 권리를 이전한다"는 포괄적 문언만으로는 저작재산권 양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나. "매절"은 저작재산권 양도가 아님을 인식

 

콘텐츠·게임 업계에서 오랫동안 "매절 = 저작재산권 양도"로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대법원은 이 등식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였습니다. 매절은 대가 지급 방식(일시불·인세 배제)을 의미할 수 있을 뿐, 그 자체로 저작재산권 이전의 효력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매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그 의미를 계약서 내에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저작재산권 양도 조항을 별도로 두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다. 사업 구조에 따른 계약 형식의 전략적 선택

 

저작재산권 양도, 독점적 이용허락, 비독점적 이용허락 중 어떤 계약 형식을 선택할지는 사업 구조와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독점적 이용허락 계약의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독점성, 기간, 범위, 재허락 가능 여부 등을 계약서에 세밀하게 규정해 두는 것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라. 파산 또는 영업양수도 시 재허락 권한을 명시

 

이 사건처럼 원계약의 상대방이 파산하고 제3자가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 원계약이 저작재산권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에 따라 승계인의 음원 사용 권한 여부가 달라집니다. 저작재산권 양도가 아닌 이용허락 계약으로 판단될 경우, 허락의 효력이 원계약 당사자에 한정되므로, 원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제3자에 대한 재허락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용허락 계약상의 지위가 도산·합병·영업양수도 등의 사유로 제3자에게 이전될 수 있는지 여부도 계약서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에는 도산, 합병, 영업양수도 등 계약 당사자의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상정하여, 계약상 지위의 이전 가능 여부 및 재허락 권한의 범위를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6. 게임 음원 계약의 실무 체크리스트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직접 검토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게임 음원 계약 체결 또는 검토 시 확인해야 할 핵심 항목을 정리하였습니다.

 

 

 

7.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온 '매절' 계약의 법적 성격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양도 사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상, 그 권리는 저작자에게 유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는 창작자와 이용사업자 모두의 계약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용사업자 입장에서는 막연히 "매절로 모든 권리를 가져왔다"는 인식에 안주할 수 없게 되었고, 계약서상 양도 의사가 외부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권리 귀속을 둘러싼 분쟁에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 있습니다. 반면창작자 입장에서는 계약 문언이 불명확한 경우 사후에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제시하는 실무적 함의는 명확합니다. 저작재산권의 귀속에 관한 합의는 언제나 계약서에 명문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문언 하나가 사후 분쟁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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