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국은 2025년 3월 7일 「인공지능 생성·합성 콘텐츠 표시방법」을 발표하고, 9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표시방법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표시의무를 체계화하여, 콘텐츠 생성 단계부터 유통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규율합니다. 특히 명시적 표시와 암시적 표시를 병행하고, 서비스 제공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최종 이용자까지 의무를 부과하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25년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제정되어 202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생성형 AI의 표시의무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표시제도는 우리 법제의 시행령 마련과 실무 운영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1. 배경
2. 중국 표시방법의 주요 내용
3. 한국 인공지능기본법과의 비교
4. 시사점
1. 배경
중국에서 AI가 생산한 콘텐츠(이하 “AIGC”)에 관한 표시의무를 최초로 규정한 것은 2023년 1월 시행된 「인터넷 정보서비스 딥페이크 관리규정」(딥페이크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딥페이크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의 사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표시"(제16조)와 "대중이 혼동하거나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확한 표시"(제17조)를 할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2023년 8월 시행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임시방법」에서도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자에게 딥페이크 규정에 따른 표시의무를 부과했습니다(제12조).
그러나 이들 규정은 AIGC 표시의무의 원칙만 제시했을 뿐, 콘텐츠 유형별 구체적 표시방법이나 생태계 내 각 주체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했습니다. 이에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등 4개 부처는 2024년 9월 의견수렴을 거쳐 2025년 3월 7일 「인공지능 생성·합성 콘텐츠 표시방법」(이하 “중국 표시방법”)을 정식 발표했습니다.
2. 중국 표시방법의 주요 내용
가. 명시적 표시와 암시적 표시의 이중 체계
중국 표시방법은 표시 방식을 "명시적 표시"와 "암시적 표시"로 구분합니다.
명시적 표시는 콘텐츠 자체 또는 인터페이스에 문자, 음성, 그래픽 등의 방식으로 추가되어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말합니다. 국가표준은 모든 표시가 ① AI 기술 사용을 나타내는 요소(AI 또는 인공지능)와 ② 콘텐츠가 생성·합성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나타내는 요소(생성, 합성)를 포함할 것을 요구합니다.
콘텐츠 유형별로 텍스트는 텍스트 내 또는 주변에 문자 삽입, 오디오는 음성안내나 특정 리듬 삽입, 이미지는 가장자리에 문자 삽입, 동영상은 시작 화면에 2초 이상 문자 표시 등의 방식을 규정합니다.
암시적 표시는 콘텐츠 파일 메타데이터에 기술적으로 삽입되어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표시를 의미합니다. 모든 AIGC는 메타데이터에 콘텐츠 속성정보, 서비스 제공자의 명칭 또는 코드, 콘텐츠 식별번호 등의 "제작요소정보"를 포함해야 합니다(제5조).
나. 전 과정 규율: 생성부터 유통까지
중국 표시방법의 핵심적 특징은 콘텐츠 생성부터 유통까지의 전 과정을 규율한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명시적·암시적 표시를 모두 이행해야 하며, 이용자 서비스 약관에 표시 방법을 명확히 설명하고, 알고리즘 등록 시 표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제4조, 제5조, 제8조, 제12조).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업로드된 콘텐츠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AI 생성", "AI 생성일 가능성 있음", "AI 생성 의심" 등의 표시를 추가해야 합니다. 또한 파일 메타데이터에 "전파요소 정보"(유통 플랫폼 명칭, 콘텐츠 번호 등)를 추가해야 합니다(제6조).
앱 배포 플랫폼은 앱 등록·출시 심사 시 해당 앱이 AI 생성·합성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AIGC 표시 관련 자료를 검토해야 합니다(제7조).
이용자는 AIGC를 게시할 때 이를 선언하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표시 기능을 사용해야 하며, 표시를 악의적으로 삭제·변경·위조·은폐하거나 이를 돕는 도구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제10조)
3. 한국 인공지능기본법과의 비교
(1) 규제 대상자의 범위: 전 과정 규율 vs 사업자 중심
중국은 ① AI 서비스 제공자, ② 콘텐츠 유통 플랫폼, ③ 앱 배포 플랫폼, ④ 최종 이용자까지 포괄적으로 규율합니다. 특히 이용자가 AIGC를 게시할 때 직접 표시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여(제10조), 콘텐츠 생성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은 생성형 AI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표시의무를 부과합니다(제31조). 수범자의 경우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용자’ 지위에 있는 경우 수범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업자의 지위가 아닌 단순히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산출물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자는 표시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업자가 아닌 경우 플랫폼에 대한 표시의무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콘텐츠 생태계 유통 단계의 모든 주체를 규율하는 포괄적 접근을 취한 반면, 한국은 사업자 중심의 규제를 택하여 산업 발전과 규제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2) 표시 방식: 구체적 기술 표준 vs 시행령 위임
중국은 명시적 표시와 암시적 표시를 모두 의무화하고, 강제성 국가표준(GB 45438-2025)을 통해 콘텐츠 유형별 구체적인 기술 표준과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가표준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 등 콘텐츠 유형별로 명시적 표시방법의 세칙과 함께 파일 메타데이터에 삽입하는 구문과 형식, 서비스 제공자 코드 부여 규칙 등을 예시를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한국은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에서 생성형 AI 결과물이 AI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규정하되, 표시 또는 고지의 구체적 방법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제31조 제4항). 시행령 초안이 공개되었지만 아직 명시적·암시적 표시의 구분이나 구체적 방법, 기술 표준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중국은 이미 법률·국가표준·가이드라인을 결합한 완결된 규제 체계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성숙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3) 표시의무의 예외: 계약 기반 vs 사용 목적 기반
중국은 이용자가 명시적 표시가 없는 AIGC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와의 계약을 통해 이용자의 표시의무와 사용 책임을 명확히 한 후 명시적 표시가 없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암시적 표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서비스 제공자는 제공 대상 정보 등 관련 로그를 6개월 이상 보존해야 합니다(제9조).
한국은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에서 생성형 AI를 내부 업무 용도로만 사용하는 경우 등에 표시의무에 대한 예외를 규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국 모두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 중국은 계약을 통한 책임 전가와 추적 가능성 유지를 병행하는 반면, 한국은 사용 목적(내부 vs 외부)을 기준으로 예외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4. 시사점
가. 명시적·암시적 표시의 이중 체계 구축 필요
중국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명시적 표시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암시적 표시를 병행하여, 일반 이용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콘텐츠의 출처와 진위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제성국가표준을 통해 메타데이터 형식을 통일하고 인코딩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여 실무 이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콘텐츠 유형별로 명시적 표시 방식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암시적 표시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시행령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업계의 자율적 참여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정부가 표시 기술에 대한 R&D 지원이나 국가표준 수립 등을 추진하여 산업계의 부담을 낮추고, 국제 표준화 기구 논의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향후 조화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나. 플랫폼의 규모와 역할에 따른 차등적 의무 부과
중국은 규모나 서비스 유형을 불문하고 모든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동일한 표시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인공지능기본법은 플랫폼에 대한 표시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표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대한 표시의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중국과 달리 플랫폼의 규모나 서비스 유형,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차등화된 접근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이 일정 규모 이상의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만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는 것처럼, 우리도 플랫폼의 이용자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하여 AIGC 표시의무 이행 수준을 단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GC 표시의무 도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기술적 지원, 업계와의 소통이 병행되어야 하며, 정부 차원의 기술 지원이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영세 플랫폼의 역량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다. 마치며
중국의 AIGC 표시방법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부상하는 허위정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규제로서, 한국의 AI 기본법 시행령 마련 및 실무 운영에 중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중국과 다른 법적·산업적 환경을 고려하여, 표시의무 적용 대상 콘텐츠의 범위 설정, 플랫폼 규모에 따른 차등적 의무 부과, 암시적 표시의 점진적 도입 등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표시제도가 AI 기술 발전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신뢰 기반을 형성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입법을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우 AI센터는 인공지능 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및 유관기관에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모든 법률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이슈를 선제적으로 안내하고, 그에 따른 적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지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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