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미국은 세계 최대의 SMR(Small Modular Reactor) 수요국이자 글로벌 SMR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2030년을 전후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SMR 시장에서 규제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ADVANCE Act 제정을 비롯해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새로운 인허가 절차 도입, SMR 특성을 반영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 축소 등 기존 대형원전 중심의 규제 체계를 SMR에 적합하게 개편하는 규제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NRC 전면 개혁 행정명령까지 더해져, 원자력 발전을 불필요하게 제한하지 않는 보다 효율적인 규제 환경 조성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SMR 도입과 상업화 확산을 촉진하고, 미국 원자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것이 국내 건설사와 원자력 관련 기업들에게 미국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 미국 SMR 규제 혁신의 배경과 현황
2. 주요 규제 혁신 내용과 기업 혜택
3. 시사점
1. 미국 SMR 규제 혁신의 배경과 현황
미국은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SMR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형원전 대비 SMR의 장점인 간결한 설계 구조, 향상된 안전성, 완화된 입지 제약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면적인 규제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의회와 행정부가 함께 원자력 규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전면적인 개혁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이러한 정책 의지를 더욱 구체화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 명령」(행정명령 제14300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이 전통적인 제조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팅과 같은 첨단 산업을 지원할 핵심 에너지원임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1978년 이후 NRC가 승인한 원자로 중 단 2개만이 상업 운전에 들어갔음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2050년까지 자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약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원자로 건설·운영 신청에 대해서는 최대 18개월, 기존 원자로 운전 연장 신청에 대해서는 최대 1년 내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심사 일정을 도입하는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명시했습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DOE)는 SMR의 상업화를 촉진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9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재추진하며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DOE는 ‘첨단 SMR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SMR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 조속히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첨단원자로실증프로그램(ARDP) 등을 통해 초기 단계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대하고, 국립 연구소 시설을 활용한 테스트 및 인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Oklo, X-Energy, TerraPower, NuScale Power 등 미국의 주요 SMR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SMR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다양한 노형 개발 및 인허가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SMR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의 규제 혁신은 단순히 자국의 SMR 산업 육성을 넘어, 글로벌 원자력 산업에서의 기술 표준과 규제 기준을 선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주요 규제 혁신 내용과 기업 혜택
가. ADVANCE Act 제정: 포괄적 제도 개선
2024년 바이든 정부에서 제정된 ADVANCE Act(2024년 다목적 첨단 원자력의 청정에너지 배치를 가속화하는 법)는 미국 원자력 규제 혁신에 대한 의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 입법례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차세대 원자로 인허가 비용의 대폭 완화입니다. ADVANCE Act 제201조는 차세대 원자로 신청자에게는 NRC 직원의 직접 인건비(mission-direct cost)만 반영하여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기존에는 NRC가 전체 예산의 약 5%를 민간 신청자로부터 회수해야 함에 따라 사업자가 시간당 318달러(2025년 회계연도 기준)의 심사 수수료를 부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NRC는 2026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 발효)부터 ‘첨단 원자로(advanced nuclear reactor) 신청자 및 사전신청자(pre‑applicants)의 특정 활동’에 한정하여 적용 수수료를 148달러로 대폭 인하했습니다. 이는 기존 요금 대비 50% 이상 감소한 수치로, 통상 인허가 심사에 약 90,000시간이 소요된다는 통계를 감안할 때, 신청자 당 수천만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의미합니다.
또한 선도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전액 환급 제도도 도입되었습니다. 제202조에 따르면 차세대 원자로, 사용후 핵연료 차세대 원자로, 온실가스 감축형 통합에너지시스템을 구현한 차세대 원자로, 산업용 열 생산이 가능한 원자로, NRC의 기술통합 심사체계에 따른 연료장전 승인 원자로 등 5개 분야에서 최초 운영 인허가를 취득하는 사업자는 NRC 심사비용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나. NRC의 새로운 인허가 절차: 10 C.F.R. Part 53
지난 60년간 원자력 산업을 지배해 온 대형 경수로(LWR) 기술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의 원자로 인허가 절차인 10 C.F.R. Part 50과 Part 52는 SMR과 같이 다양한 설계와 새로운 안전 기술을 적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를 심사하는 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NRC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SMR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술 중립적(technology-inclusive), 위험 기반(risk-informed), 성과 중심(performance-based)의 유연한 심사체계인 Part 53을 새롭게 제안했습니다.
Part 53은 기업이 필요에 따라 기존 Part 50, 52 또는 신규 Part 53 경로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규제 유연성을 높였습니다. 해당 제안은 2024년 10월 31일 연방관보를 통해 공식 공개되었으며, 약 4개월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규정안이 2026년 5월까지 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늦어도 2027년 말까지는 확정·공포될 것으로 예상되어, 실질적인 인허가 절차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Part 53이 지향하는 유연한 심사 체계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 기준의 변화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기존 대형 원전 중심의 NUREG-0396(1978년 제정)에 따르면, EPZ(방사선비상계획구역)는 원자로 부지로부터 반경 약 10마일(16km) 내의 Plume Exposure Pathway EPZ와 반경 약 50마일(80km) 내의 Ingestion Exposure Pathway EPZ로 구분되어 운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NRC는 이미 새로운 규정(10 CFR 50.160)과 Regulatory Guide 1.242를 통해 SMR에 대한 성능 기반(performance-based), 위험 기반(risk-informed)의 유연한 EPZ 설정 체계를 도입하여, SMR 등 차세대 원자로에 대해 성능 기반 비상계획 수립을 허용하고, Plume Exposure Pathway EPZ를 부지 경계 수준까지 축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이처럼 Part 53은 개별 규정에서 시작된 SMR 맞춤형 유연성을 인허가 절차 전반으로 확장하여 더욱 통합적이고 예측 가능한 심사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원전 운영사는 SMR 열출력과 부지 인근의 기상정보 등을 토대로 EPZ 범위를 직접 산정하고 NRC에 건설허가 신청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일례로, 뉴스케일(NuScale Power)은 2022년 자사 SMR 설계(VOYGR)에 대해 부지 경계 수준으로 EPZ를 축소할 수 있는 “리스크 기반” 방법론을 개발하여 NRC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SMR 최초의 EPZ 축소 승인 사례로, 향후 유사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길을 연 전례로 평가될 것입니다.
3. 시사점
미국의 SMR 규제 혁신에 따라 국내 기업에게도 구체적인 시장 진출 기회가 제공될지 주목됩니다. 인허가 비용 절감 및 Part 53의 도입, 그리고 EPZ 축소에 따른 부지 선정의 유연성은 미국 진출 시 초기 진입 장벽이 대폭 완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보다 유연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Part 53을 활용한 비용·시간 절감: NRC는 신규 원자로 신청에 대해 18개월 이내 심사 완료 및 운전 연장 신청에 대해 1년 내 완료를 목표로 하며, Part 53 적용 시 건설·운영 허가 신청당 5,360만∼6,82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 부지 선정과 인허가 리스크 감소: 성능 및 위험에 기반한 EPZ 규정 개선으로 SMR은 부지 경계 수준까지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 대형원전 대비 부지 면적과 주변 안전 거리 요구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는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 등 수요지 인근에 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하여 사업 모델을 다변화합니다.
• 연료·공급망 확보 및 현지화 전략: 2035년까지 SMR용 HALEU 수요는 연간 50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국 내 생산량은 아직 1 톤에도 미치지 못해 수급 불안이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은 우라늄·핵연료 업체와의 조기 계약 체결, 현지 공급망 투자, 기술자 양성 등으로 연료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모듈 제작·건설 장비의 현지 생산과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Buy America 정책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적 파트너십과 자금조달: DOE는 SMR 실증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NuScale, X Energy, TerraPower 등과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거나, 미국 에너지·공공기관과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관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규제·정책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 NRC는 ADVANCE Act와 행정명령에 따라 인허가 절차, 환경 검토, 감독 프로그램, 인력·조직 체계 등 여러 규제 개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신축적인 미사용 부지 활용과 수출 규제 등의 정책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외국기업 지분 제한, 국가안보 심사, 수출통제 등 각종 규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문 법률자문을 통해 입지·수출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기회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특유의 현실적인 도전과제, 특히 공급망 확보 및 현지화 전략 마련 등 추가적인 난관들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규제 혁신이 국내 기업들에게 제도적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공급망, 현지화, 기술 표준 등 실무적 진입 요건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화우는 건설·공공조달그룹, 에너지 Practice Group 등 소속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SMR 관련 인허가, 제도 해석, 리스크 관리 등 고객이 기술 개발 단계를 거쳐 실증과 상용화 단계까지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지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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